GPU가 아니라 '메모리 벽'에 부딪혔다 — 공간생물학 AI 세미나 방문기

대상
[리벨리온×모두의연구소] 공간생물학 시대의 AI for Science 세미나
방문일
2026년 7월 1일
카테고리
행사

안녕, 김서방들~ IT 도깨비야! 🪄

이번엔 좀 뜬금없는 데를 다녀왔어. 바이오 세미나. IT 하는 도깨비가 왜 생물학 세미나를 갔냐고? 결론부터 말할게 — 지금 GPU를 가장 절박하게 원하면서도 가장 못 쓰고 있는 동네가 여기더라고.

현장

2026년 7월 1일 저녁, 모두의연구소 강남캠퍼스. 제목은 “공간생물학 시대의 AI for Science : 데이터 폭발, 인프라, 그리고 신약개발”이야. 근데 주최 조합이 재밌어. AI 반도체(신경망처리장치, NPU)를 만드는 리벨리온(Rebellions)이랑 AI 교육 커뮤니티 모두의연구소가 같이 열었거든. 발표는 서울대병원 소속이면서 신약개발 스타트업 포트레이(Portrai)를 공동창업한 나권중 교수님.

“반도체 회사가 왜 바이오 세미나를?” — 이 질문이 사실상 이 행사의 전부였고, 90분 뒤에 답이 또렷해졌어. 청중 대부분이 나처럼 의학·생물학 비전공자였는데, 발표자가 그걸 알고 개념부터 차근차근 풀어줘서 IT 쪽 사람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어.

인상 깊었던 것

1. 생물학이 ‘장치 산업’이 되고 있더라

발표의 절반은 전사체(Transcriptome) 설명이었어. 우리 몸 세포는 같은 DNA를 갖고도 저마다 다른 유전자를 켜서(발현시켜서) 다른 일을 하는데, 그 ‘켜진 유전자’의 지도가 전사체야. 이걸 읽는 기술이 3세대에 걸쳐 진화했대. 조직을 통째로 갈아서 평균 내던 1세대(벌크), 세포 하나하나 떼어 보는 2세대(단일세포), 그리고 세포가 어디에 누구랑 붙어 있는지 위치까지 보존하는 3세대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위치가 왜 중요하냐는 설명이 진짜 좋았어. 2018년 노벨상 받은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T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약인데, 같은 약을 써도 T세포가 암 덩어리 바깥에만 있으면 안 듣고, 속까지 파고들어 있으면 잘 듣는대. 세포가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있느냐’가 약효를 가른다는 거지. 요즘 투자 몰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나 방사선리간드치료(RPT)도 결국 혈관과 암세포의 거리, 타겟의 분포 같은 공간 정보가 성패를 결정한다고 했어.

2. GPU를 사고도 못 쓰는 ‘메모리 벽’ 💥

여기서부터가 도깨비가 간 이유야. 위치 정보까지 담으니까 데이터가 폭발해. 숫자가 좀 충격적이었어. 최신 장비로 찍은 슬라이드 한 장(가로세로 5cm)이 수백 기가바이트, 주 4장씩 찍으면 연 200장. 일루미나라는 회사는 10억 개 세포를 분석해서 3.1페타바이트를 만들었대.

근데 문제는 저장이 아니라 분석이야. 최신 데이터 6개 샘플만 올려도 램(RAM)이 220기가바이트를 요구하고, 13개 모으니까 서버가 다운됐다는 거야. 발표자가 쓴 표현이 “메모리 벽(Memory Wall)“이었어. “3만 달러짜리 GPU를 갖다 놔도, 스토리지에서 데이터를 옮겨오는 데 시간을 다 써서 정작 계산을 못 한다” — GPU가 놀고 있는 거지.

인프라 만지는 사람한텐 낯설지 않은 장면이잖아? 연산 장치는 빨라졌는데 데이터를 그 앞까지 나르는 길이 막힌, 전형적인 병목. 다만 그 병목이 이제 생명을 다루는 신약개발 현장에서 터지고 있다는 게 새로웠어.

3. 그래서 CXL·DPU·NPU가 바이오로 온다

발표 후반에 해법으로 세 가지 기술이 나왔어. 서버마다 고립된 메모리를 풀어서 유연하게 나눠 쓰는 CXL 메모리, 데이터 전처리를 떠맡아 CPU·GPU가 연산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DPU, 학습된 모델을 병원 현장에서 추론에 쓰는 NPU. 교수님 본인은 “잘 모르는 분야”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 바로 이 지점이 주최사 리벨리온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였겠지? 😏

Q&A에서도 인프라 쪽 사람들이 여럿 손을 들었어. 슈퍼컴퓨팅·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한다는 한 참석자는 “바이오 분석하는 분들이 파이썬으로 순차 코딩만 하고 병렬 처리를 잘 못 하시더라, 우리가 도울 수 있다”며 협업 제안까지 하더라고. 바이오는 데이터와 문제를 갖고 있고, IT는 인프라를 갖고 있는데, 서로 언어가 달라서 아직 잘 못 만나고 있다 — 그 간극이 이 세미나의 공기였어.

도깨비의 기록

제일 오래 남은 건 발표자가 전한 우스갯소리야. “10년 뒤엔 엔비디아가 개발한 신약, 구글이 개발한 신약을 우리가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웃자고 한 말인데 아무도 완전히 웃어넘기지 못했어. 실제로 빅테크들이 바이오에 돈을 쏟아붓고 있거든.

IT 하는 입장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분명해. AI 인프라의 다음 격전지 중 하나는 바이오고, 그 싸움은 더 빠른 GPU가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나르고 어디에 둘 것인가 — 즉 메모리와 데이터 이동의 문제라는 것. 인프라·데이터 효율화에 관심 있다면 바이오의 문을 두드려볼 때라는 마지막 권유가 빈말로 안 들렸어.


방문 기록

항목내용
행사[리벨리온×모두의연구소] 공간생물학 시대의 AI for Science (7월 세미나)
일시2026.07.01(수) 19:00~20:30
장소모두의연구소 강남캠퍼스 (역삼동 디오슈페리움 2층)
발표나권중 교수 (서울대병원 / 포트레이)
주최리벨리온(Rebellions) · 모두의연구소(MODULABS)

본문의 수치·고유명사는 현장 음성 기록에 기반했습니다. 세부 사양은 각 기술·기업의 공식 자료로 교차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음 사용기 →
변호사도 '딸깍'으로 일하는 시대 — AI 실무·보안 세미나 방문기